'살 빼야 하니, 저녁 먹지 말아야지'
'커피 그만 마셔야지'
'게임 그만해야지'
'헤어진 애인에게 다시는 전화 걸지 말아야지'
어떤 행동을 하지 않기로, 금기하면 할수록 오히려 그것에 더 집착하게 되는 경험, 아마 누구나 겪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금기하는 행동만 고집하던우화 속 '청개구리' 심리를 심리학에서는 '사고 억제의 역설적 효과'라 일컫는다.
'사고 억제의 역설적 효과'란 어떤 특정한 생각을 떠올리지 않으려고 노력할수록 오히려 그런 노력을 하지 않을 때보다 더욱 더 그 생각에 집착하게 되는 역설적 효과가 나는 것을 말한다.
하버드 대학교의 심리학과 대니얼 웨그너 교수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에게 떠오르는 생각을 5분 동안 자유롭게 말하도록 한 후 두 그룹으로 나누어 A그룹에게는 백곰을 생각하지 말고, 5분 동안 떠오르는 생각을 말하되, 백곰이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종을 울리도록 했다. 또 B그룹에게는 백곰 생각을 금기하지 않고 자유롭게 5분간 이야기하되, 백곰이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종을 울리도록 했고, 두 그룹이 조건을 바꿔서도 진행해보도록 했다.
연구 결과 백곰이라는 말을 내뱉지 않는 데 성공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며, 모든 실험 참가자들이 최소 1분당 한번 백곰이라는 단어를 말했다. 특히 A그룹은 백곰을 떠올리면 안 되는 조건이었을 때 B그룹보다 백곰을 더 자주 말했고, 반대 조건이 됐을 때 마치 보상이라도 받는 것처럼 백곰이라는 단어를 더 자주 내뱉었다.
이러한 심리 때문에 다이어트 결심으로 '저녁을 먹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할수록 '먹을거리'에 더 집착하게 되며, 이제 '저녁은 먹어야겠다'고 생각하면 이전보다 '더 많은 저녁식사'를 하게 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또한, '담배를 끊어야지'라는 생각에 집착할수록 담배 생각이 더 간절해지고, '여드름을 만지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할수록 자기도 모르게 손이 자꾸 여드름을 더듬게 된다.
어떤 생각을 억누르면 억누를수록 더욱 그 생각에 집착하게 되는 이유는 의식 속에서 어떤 금기라는 부담을 받게 됐을 때 무의식 속에서 금기된 것에 사로잡혀 이를 계속 떠올리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를 보완할 방법은 없을까.
대니얼 웨그너 교수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백곰이 생각날 때마다 빨간색 폭스바겐을 떠올리라고 했는데, 이 경우에도 백곰에 대한 생각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이전보다 백곰을 생각하는 빈도가 훨씬 줄어든다는 것을 확인했다. 즉특정 대안을 떠올리면 생각을 우회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심리를 가리켜 '초점 전환'이라고 부른다. 이것은 '애인과 헤어졌을 때 다른 연애를 시작해 그 아픔을 잊으라'는 선배의 말을, 적어도 심리적으로는 어느 정도 뒷받침하기도 한다.
만약 지금 당신이 어떤 금기하는 생각에 사로잡혀 그것에 더 집착하고 있는 것이 괴롭다면, 보다 긍정적이고 정의로운 다른 대안을 떠올려 보는 것은 어떨까. 아마도 심리적으로 금기 의지를 다지는 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참고도서 = 스마트한 심리학 사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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