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원 원장의 개원의를 위한 암 연수강좌]암성 통증의 치료
1. 암성 통증의 원인과 치료의 필요성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매년 약 900만 명이 암으로 진단을 받고, 이 중 약 130만 명이 미국에서 보고한 숫자다.
매년 암으로 사망하는 사람은 세계적으로 약 500만 명에 이르며, 그 중 약 60만 명은 미국 사람 몫이고 약 5만 명이 우리나라 사람의 몫이다.
연간 발생하는 암 환자 수는 사망자 수의 2배 정도로 추정되므로,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약 10만 명이 새로이 발생하며 총 암환자 수는 약 40만 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체 암 환자의 75%가 통증을 경험하며, 이 중 약 30%의 환자가 매우 심한 통증을 호소한다.
특히 기대되는 생존 기간이 6개월 이내인 말기 환자의 경우 거의 2/3가 통증으로 고생한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이들 중 60~70%가 적절한 통증 치료를 받지 못하고 고통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약리학자 제롬 자페(Jerom Jaffe)박사는 " 의사가 마약성 진통제 사용을 꺼려하여, 암 환자가 통증으로 인해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게 해서는 안 된다" 고 했는데 실제로 필자를 찾아오는 많은 환자들이 그 전에 통증 치료를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있었음을 흔히 발견하게 된다.
통증의 원인을 분석하면 65% 이상이 암 자체로 발생하는 통증이다. 이는 암이 진행됨에 따라 뼈, 신경, 연부 조직, 내장 기관을 침범하여 통증을 일으키는 경우다. 25%는 암 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통증인데 이는 수술, 항암화학요법(항암제 치료), 방사선 치료 후 부작용 때문에 나타나는 경우로 급성이며 일시적이다.
그 외 10%는 암이나 항암 치료와 무관한 통증으로 협심증, 당뇨병성 신경증, 퇴행성관절염 등에 의해 나타나거나 전신 쇠약에 의한 근막통 등이다.
암성 통증의 특징은 암이 진행됨에 따라 더욱 악화되며 죽기 전에는 도저히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극심한 통증을 보인다.
이러한 통증으로 인해 암 환자뿐만 아니라 그 가족까지도 심하게 고통 받게 되고, 상태가 악화되면 식욕과 수면에도 영향을 미쳐 그로 인한 영양 부족과 피로 때문에 몸이 약해지고 또한 면역기능을 저하시켜 암도 악화시킬 수 있다.
말기 암 환자의 생존기간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통증이라는 연구 보고가 있다.
통증이 심할수록 빨리 사망한다는 것이다. 다행이 현대 의학으로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의 90%가 통증 조절이 가능하다고 한다.
특히 필자가 치료하는 면역요법은 통증 완화에 탁월한 효과가 있어 진통제 사용이 거의 필요 없다.
아무리 완치될 수 없는 병이라 하더라도 환자가 고통 받고 있는 한 사망에 이르는 순간까지도 의사의 도움이 필요하고, 이러한 환자를 도와야 하는 것이 의사의 책임이다.
2. 통증의 정의와 종류
국제통증연구협회에서는 통증을 조직의 실질적 또는 감정적 손상에 의한 불쾌한 감각이나 감정적 경험이라고 정의한다.
즉 통증은 조직의 손상이 동반된 지각과 감정의 불유쾌한 경험이다.
또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에서는 암 화자의 통증에 대해서 통증으로부터의 자유는 환자의 권리이며,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영적인 모든 고통과 통증을 총괄해서 돌보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암 환자에게서 통증이 있다면 병적인 것이며, 발생되는 시기에 따라 급성 통증, 만성 통증, 그리고 말기 통증의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급성 통증은 명확히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통증을 말하는데, 병의 시초부터 나타날 수도 있고 또는 진행된 암에서 뼈에 전이됨으로써 통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특히 급성 통증은 진단 과정이나 항암 치료 과정(수술 후, 항암화학요법, 방사선 치료)에서 발생할 수도 있다.
만성 통증은 3개월 이상 지속되는 통증으로 시작된 시간은 대개 명확하지 않다.
만성 통증은 약물 치료에 반응하는 경우도 있지만 정신과적 치료로 더 효과를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말기 통증은 급성 및 만성 통증의 특성을 다 나타내는데, 말기 암 환자의 삶의 질을 좌우한다.
3. 통증 치료의 목적
통증 치료의 목적은 완전한 통증 조절에 있다. 그러므로 가능하면 무통으로 지낼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만일 완전한 통증 조절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통증을 완화시키는 완화요법으로 환자를 편안하고 제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암 진단 초기에는 진단이나 치료를 위해 통증 완화가 필요하지만, 완치될 확률이 거의 없는 말기 암 환자에게 통증 치료를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적절한가 하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암 환자는 말기 생활을 심한 통증으로 고통 속에서 장기간 고생하게 되며 그 가족 또한 정신적으로 상당한 고통을 받게 된다.
그러므로 아무리 진행된 암 환자 일지라도 통증을 치료하여 삶의 질을 향상시킴으로써 남아 있는 삶을 가치 있고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4. 암 환자의 통증 조절이 잘 안 되는 이유는?
암 환자가 통증 조절에 성공하지 못하는 원인을 의사의 측면과 환자의 측면에서 살펴보겠다.
의사들은 암을 치료하기 위해 수술, 항암화학요법, 방사선요법에만 관심을 기울여 왔고 또한 의학 교육도 암 치료에만 치중해 왔다. 그리고 이러한 치료에 실패할 경우 의사는 어떠한 처치를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교육을 받지 못했다. 그래서 통증 등의 증상 조절을 통해 환자가 편안하게 여생을 보낼 수 있도록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노력에는 등한시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생명의 연장만을 위한 치료가 제공되다 보니 죽음만 지연시킬 뿐 통증으로 인한 환자의 고통은 해결해 주지는 못하였다.
환자들은 대부분 마약성 진통제를 쓰면 습관성이 생겨 중독되고 병이 악화된다고 생각하여, 진통제는 아껴 두었다가 마지막으로 정 못 견딜 때 쓰는 것으로 잘못 생각하고 있다.
이처럼 암 환자 통증관리에 있어 의사의 역할에 문제가 있고, 또 환자는 마약을 하면 마약 중독이나 마약 중독자와 같은 어두운 면만 생각하여 마약성 진통제의 사용을 거부함으로써 효과적인 통증 조절이 잘 안 되고 있다.
마약 중독에 관한 논문을 살펴보면 암성 통증치료를 위해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마약 중독이 극히 드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여기에서 독자 여러분들이 마약 중독과 내성의 차이점을 이해하게 되면 암성 통증의 치료를 위해 진통제를 사용하는 것을 꺼려하지 않을 것이다.
마약 중독자들은 통증이 있는 환자가 아니라 건강한 사람들이며 통증 치료가 목적이 아니라 향락을 목적으로 헤로인이나 모르핀 등의 마약을 사용한다.
정상인들이 마약을 하면 지속적인 환각 상태를 얻기 위해 의지적으로 마약을 추구하는 정신적의존상태인 마약 중독이 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암 환자처럼 통증 치료를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통증으로 인해 마약에 대한 신체 반응이 정상인과 틀려져, 통증 원인이 제거되면 금방 마약을 끊거나 줄일 수 있으므로 중독의 가능성이 매우 적다.
그런데 많은 환자들이 마약 중독을 내성이나 신체적 의존 상태와 혼동하고 있다.
내성은 마약 중독이 아니다. 내성이란 통증 조절 효과를 얻기 위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마약의 용량이 점차로 올라가는 것을 말하는데, 이것은 마약성 진통제의 특징이다.
마약성 진통제의 용량은 상한선이 없기 때문에 환자가 통증으로 고통 받을 때 의사는 과감히 마약의 용량을 점차적으로 올린다. 다만 모르핀 투여 중 의식이 떨어지거나 호흡수가 분당 11회 이하로 줄어들 경우 모르핀을 중지하여야 한다.
신체적 의존 상태란 마약을 갑자기 끊으면 금단 현상이 생기는 것으로 사용을 중지하게 되는 경우에는 금단 증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서서히 줄여야 한다.
적절한 용량이란 부작용을 어느 정도 견딜 수 있으면서 통증이 조절될 수 있는 용량을 의미한다
장석원(서울내과 원장)
내과전문의. 대한암협회이사.
한독생의학학회 부회장 겸 학술이사.
대한여성비만노화방지학회 학술이사.
대한임상암예방학회 학술이사.
서울신문 자문위원.
<희망을 주는 암치료법>(문화관광부 선정 2001 우수학술도서),
<암치료법의 선택> 저자. www.drcancer.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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