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 속 주머니, 위(胃)를 위(衛)하여 -
소화기내과 김나영 교수
현대사회, 먹는 것만큼은 그야말로 풍족한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위는 어떻게 생각할까?
우리 몸 속 주머니, 위에 대하여 소개한다.
우리는 보통 ‘옛날 사람들은 잘 먹지 못해서 굶주렸고 배불리 먹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소원 이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삼국시대 기록이나 조선시대의 기록들을 살펴보면 우리 조상들은 무척이나 대식가였다.
다수의 기록에 따르면 조선시대 성인 남성의 한끼 식사 분량은 7홉(약 500cc)이며 복숭아와 참외와 같은 과일도 가장 적게 먹는 사람이 10여개, 많으면 50여개까지 먹었으며 문신 이극돈의 상소 중에는 ‘중국사람이 하루 동안 먹을 양을 한 번에 먹어치우니 그것이 문제’라는 구절도 등장한다.
이러한 우리나라의 식습관은 현대사회에 들어오면서 상당히 변화하게 되었는데 우선 밥그릇의 크기가 약 680ml(1940년대)에서 약 190ml(2013년)으로 작아졌고, 1인당 연간 쌀 소비량도 약 132kg(1980년)에서 약 63kg(2015년)으로 현저히 줄어들었다. 또한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은 아니나 이들 음식을 소화시키는 위의 구조가 달라졌다는 의견도 있다. 즉, 위투시로 위 검사를 진행하다가 1980-90년대 들어서 내시경을 본격적으로 시행할 당시 우리나라 사람들의 위의 구조가 현재보다는 좀 더 크고 내시경 삽입이 다소 어려운 형태였다고 말씀하시는 원로 소화기내과 교수도 있다. 즉 음식의 내용과 양에 의해 위 모양이 적어지고 좀 더 단순해진 것으로 추측된다.
대신에 먹거리가 풍부해지고 외식문화가 자리 잡게 되면서 칼로리가 높은 육류나 기름에 튀기거나 볶은 음식들이 작아진 밥그릇의 자리를 채우게 되었는데, 지나친 과당섭취와 나트륨 섭취는 각종 성인병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극적인 음식과 음주, 흡연도 소화기관에 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위의 구조 및 역할
식도와 십이지장 사이에 위치한 위는 우리 몸의 왼쪽 위편, 복부에 위치한다. 위의 가장 윗부분은 횡격막 아래에 위치하며 위의 뒤쪽으로는 췌장이 자리 잡고 있다.
위는 해부학적으로 들문(분문부), 위바닥(기저부), 위몸통(체부), 날문방(전정부), 날문부분(유문부)으로 나뉜다. 분문부는 식도조임근(식도괄약근)과 바로 맞닿아 있으며 음식물이 식도에서 위로 지나가는 통로이다. 기저부는 왼쪽으로 누었을 때 위의 가장 아래에 해당하는 부위로 식도를 지나온 음식물이 일시적으로 저장되는 공간이다. 위 체부는 위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위의 중심부위에 자리 잡고 있다.
위 체부와 전정부 사이를 유문부라 부르며 이곳은 위궤양 또는 위염이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부위이다. 유문부는 위의 아랫부분에 위치하며 소화된 음식물을 십이지장으로 넘겨주는 역할을 한다.
위는 기계적인 소화작용 및 위산을 이용한 살균작용, 펩신을 통한 단백질 분해 역할을 한다. 위벽을 구성하는 근육의 수축작용으로 식도를 거쳐 위로 내려간 음식물은 위저부에서 소화액과 섞이게 되는데, 위 체부를 지나면서 일부 소화 작용을 통해 유미즙 상태로 변하고 십이지장으로 내려가도록 한다. 음식물의 양과 성분에 따라 다르지만 위가 식도에서 넘어온 음식물을 십이지장으로 보내기까지는 짧게는 40분, 길게는 수 시간이 소요된다.
위장관 질병과 생활가이드
▶ 위염 |
급성 위염에 대한 치료를 받고 있는 경우에는 자극이 적은 식사를 하는 것이 좋다. 음주와 흡연, 카페인 섭취는 위염에 위한 증상을 악화시키므로 피해야 한다. 만성 위염으로 진단된 경우에는 증상에 대한 치료도 중요하지만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위선암의 조기 진단을 위해 위내시경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 위경련 |
위경련에 도움이 되는 생활 가이드 및 식이요법
▶ 소화불량 |
소화불량증은 대개 증상이 심하지 않으며 간헐적으로 나타난다. 치료를 위해 증상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는 음식, 정서적 사건, 또는 환경적 요인들을 밝혀내고 이를 피하도록 한다. 생활습관이나 식이를 조절하여도 증상이 좋아지지 않으면 약물요법을 시도한다. 하지만 약물을 투여하여 효과가 있더라도 그 약물을 장기적으로 투약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개 한두 달 정도 투약하고 증상이 호전되면 투약을 중단하였다가, 증상이 재발하면 다시 단기간 동안 투약하도록 한다. 소화불량 증상이 장기간 지속 된다면 기질적 원인을 확인하기 위하여 위 내시경 검사 등을 고려해야 한다.
▶ 위식도 역류질환 |
위식도 역류질환 증상을 완화하기 위한 생활 가이드
1) 침대 머리를 올리는 것은 야간 증상이나 후두 증상이 있는 환자에서 효과가 있다.
2) 식후에 바로 눕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으며, 3시간 정도 취침시간 전의 음식 섭취는 피하도록 한다.
3) 음주는 취침 중에도 위산이 계속 분비되도록 하며, 위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하기 쉬운 환경을 조장할 수 있으므로 술은 제한하는 것이 위식도 역류질환의 치료와 예방에 도움이 된다.
4) 흡연은 역류된 위산 청소를 하는 식도수축을 억제하며 침 분비를 감소시키기 때문에 위식도 역류질환에 해롭다.
이밖에 위장관 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조언
위암 발생에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이 필요조건이기에 헬리코박터 감염에 주의하는게 필요하다. 위암이 발생하면 위암 부위를 잘라내 버리는 것만이 완치법이다. 과거에는 위의 2/3 이상 제거하는 수술만이 완치법이라고 간주되었지만 점막층에 암 침윤이 국한되고 종양의 크기가 2㎝ 이하이며, 세포 분화도가 좋고 림프절 전이 등이 없다면 내시경 치료로 완치가 가능하다.
또한 위·십이지장 궤양과 위암을 일으키는 헬리코박터균은 위상피세포를 덮고 있는 점액층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서식하는데, 주로 어렸을 때 감염되어 평생 감염상태가 유지된다. 헬리코박터균은 위 점막세포를 공격해 손상을 일으키는데, 감염된 사람은 모두 위염이 생기지만 약 15-20% 정도에서만 소화기 증상이 발생하고 소화성궤양, 위암, 위점막 림프종이 유발된다.
때문에 소화성궤양, 림프종, 조기위암 환자는 적극적인 제균을 해야 하며 위암 직계가족, 철부족성 빈혈, 원인 미상의 혈소판감소증도 헬리코박터의 제균이 필요하다. 소화성궤양이 치료된 경우라도 헬리코박터를 제균하지 않으면 70% 이상에서 재발하기 때문에 제균이 완치의 필수요소인 셈이다.
일본, 중국, 대만, 미국에서의 연구 결과와 함께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에 대한 제균 치료의 효과를 확인함으로써 직접적인 위암 예방을 위한 대책을 세울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즉, 헬리코박터 감염에 양성 반응을 보인 환자 중 제균 치료를 받은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약 65%가량 위암 발생 확률이 낮다는 것을 증명했고, 발견 및 치료가 까다로운 ‘미만형 위암’ 환자군에서 위암 발생률이 80%나 줄어드는 등, 특히 헬리코박터 제균의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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