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신의 한 수

야국화 2017. 5. 18. 08:57




자포스(Zappos.com)는 미국 최대 온라인 신발 판매 업체다. 자포스만의 특별한 점이 있다면 업계 내 다른 업체들보다 고객들의 충성도가 매우 높다는 점이다. 첫 구매 고객의 75%는 다시 자포스를 찾고 고정 마니아층도 상당하다. 소비자뿐만이 아니다. 수많은 신생 전자상거래 업체들은 자포스를 롤모델로 꼽고 있으며 한국의 티몬, 쿠팡도 자포스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9년엔 아마존도 자포스의 기업 가치를 매우 높게 판단해 1조3000억 원이라는 거금에 자포스를 인수했다. 흔한 온라인 신발 판매 업체로 유야무야 사라질 수도 있었던 자포스는 어떻게 최강의 기업 평판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일까?

콜센터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자포스의 ‘신의 한 수’는 바로 콜센터다. 모두가 콜센터를 정식 부서로 인정하지 않을 때 자포스 토니 셰이 CEO는 “콜센터 직원이 행복하지 않으면 고객도 행복하지 않다”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콜센터의 패러다임을 확 바꾸어 놓았다. 먼저 콜센터 이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포스 콜센터는 콜센터가 아닌 ‘고객충성팀(Customer Loyalty Team)’이라 불린다. 콜센터가 고객과의 가장 중요한 접점이라는 생각에서 나온 이름이다. 전체 직원 1500명 중 400명 정도가 이 곳에서 일하고 있으며 다른 업체들이 인건비가 싼 인도에 콜센터를 아웃소싱하는 것과 달리 자포스의 고객충성팀은 모두 정규직으로 채용한다. 또한 신입 직원은 모두 이 곳의 업무 교육을 필수적으로 받아야 한다.

메뉴얼도 대본도 없는 고객충성팀, 오로지 진정성으로 승부

놀랍게도 자포스의 고객충성팀에는 고정 메뉴얼도, 대본도 없다. 고객 상담이 형식적으로 이뤄진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서다. 이 덕분에 상담원들은 재량껏 자율성을 발휘해 고객을 응대할 수 있다. 또 통화 할당량도 없기 때문에 상담원들은 고객들의 이야기에 부담없이 귀를 기울일 수 있다. 콜 업무가 스트레스를 주는 일이 아닌 대화 그 자체가 돼 직원과 소비자 모두의 행복감을 높여주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가끔은 황당한 상담도 이루어 지곤 한다. 늦은 밤 피자가게 전화번호를 묻는 손님부터, 경쟁사 제품 추천을 부탁하는 손님, 6시간 내내 전화를 끊지 않는 손님까지 각양각색이다. 단기적으로 보면 이런 상담은 당장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자포스에게 손해가 될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자포스는 이러한 전화 한 통이 광고나 프로모션보다 더 효과적인 홍보 수단이라고 말한다. ‘진정성’이 있기 때문이다.

가장 사소하다고 생각했던 곳에 전폭적 투자한 자포스의 역발상

전문가들은 자포스가 콜센터에 투자한 것이 지금의 자포스를 있게 한 ‘신의 한 수’라고 말하며 자포스의 사례가 한국 사회에도 큰 시사점을 준다고 강조한다. 면대면 판매에서 인터넷-소비자 판매가 주를 이루게 된 시대에 전화 고객 상담원은 매장에 서있는 점원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 또 비록 목소리만으로 이뤄지는 소통이지만 콜센터는 단 번의 통화만으로 기업 이미지 전체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사소하다고 생각했던 곳에 전폭적인 투자를 한 자포스의 역발상은 여전히 콜센터 업무를 하청업체에 맡기고 ‘가장 하기 힘든 업무 1순위’로 인식되는 한국 사회에 큰 시사점을 준다.


윤다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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