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

필요 없어

야국화 2012. 10. 16. 08:15

필요 없어
처음에는 장사하는 할아버지인 줄 알았습니다.
귤이 가득 든 비닐봉지는 할아버지의 체중보다 무거워 보였습니다.
계단을 오르는 할아버지는 굉장히 힘에 부쳐 보였습니다.
어디서 저렇게 많이 들고 오셨을까 의아해서 말을 붙였죠.

"할아버지, 이 많은 귤은 어디서 가져오시는 거예요?"

그러자 할아버지는 아는 사람에게 받았다면서 저에게 몇 개의 귤을 건네 주셨습니다.

할아버지는 저와 전철을 타는 방향이 같았습니다.
평일 오전이라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이 얼마 없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할아버지가 노약자석 옆 자리의 할머니에게 귤을 집어 주시더군요.

"이거, 혼자 다 못 먹으니 드세요." 두 사람은 받는다, 못 받는다 잠시 가벼운 실랑이를 했습니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계속 귤을 안기자 할머니는 결국 귤을 받으셨습니다.

"고마워요, 잘 먹을게요."

이렇게 인사를 하고 내리시더군요.

가만히 보고 있는데, 할아버지는 또 다른 사람에게도 몇 주먹의 귤을 건네더군요.

저는 약간 걱정이 되어 할아버지에게 말을 붙였습니다.

"할아버지 그래도 이거 드셔야지요, 다른 사람 다 주시면 어떡해요. 아깝잖아요."

"나 혼자 먹으면 얼마나 먹는다고,다른 사람 주면 가져갈 무게도 줄어들고 좋은데 뭐."

할아버지는 싱글벙글 웃고 계셨습니다.

- 윤영순 (새벽편지 가족) -



인생이라는 여행길,
짐은 많을 수록 불편할 뿐입니다.

- 내려놓고, 나누고, 버리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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