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

가족입니다를 보면서

야국화 2020. 6. 9. 17:23

‘가족입니다’, 가깝고도 먼 가족의 초상 - 어느날 TVN을 통해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낀다.

-가족은 나를 다 이해해줘야 돼.

-다른사람은 배려하고 이해하지만 내가족은 나를 배려하고 이해해주길 바래.

-가족들의 일상은 잘 몰라....

-남편은 내편이 아니라 싫고 같이 한 공간에서 숨쉬기조차 싫어!!! , 대화도 안돼.

-가족구성원 한명한명에 대해 아는것이 없어....고민을 안나눈지도 오래야.  단점은 너무나 환히보여.

-필요시엔 가족이니까 강요하게돼!!!! 
"우리는 지구 내부물질보다 태양계의 내부물질을 더 많이 안다고.
지구에 살고 있는데 지구 내부물질을 알면 뭐하니 이런 거지. 가족이 딱 그래.
스스로도 남이라고 할 수 있는 친구는 뭘 좋아하는지 다 알고 있으면서도 가족에 대해서는 잘 몰랐던 자신.

가족의 진짜 모습이다.

 

그런데 그 진면목을 끄집어내는 방식이 독특하다.
어느 날 갑자기 이진숙은 김상식에게 졸혼을 요구하고, 김상식은 홀로 야간산행을 갔다가 쓰러져 기억이 22살로 되돌아간다. 그런데 22살의 기억을 가진 김상식은 늘 해오던 모습과는 너무나 다른 사랑꾼이 되어 아내 이진숙을 대한다.


"진숙씨"라고 꼭 이름을 부르고, 전혀 어울리지 않게 손을 잡고 걸으려 한다. 좋아했던 과일이 귤이었다며 청과물가게에서 귤을 산 김상식은 집에 와서는 그걸 까주며 아플 때 자신이 손이 노래지도록 까줬던 귤 이야기를 한다.

[서로의 기억파편들의 오류.....  살다가 변해버린 말말말.....서로 상처주고...나만 참고 힘들다고 느끼며.....웬수가 되어버린 사이....내가 잘해준 기억.  너가 못해준 기억.  기억의 파편속에 서로 힘든사이가 되어버렸다]
진숙은 그 상황이 난감하기 이를 데 없다. 언젠가부터 말을 섞으면 싸움이 벌어지고 그래서 마치 없는 사람처럼
데면데면 각자 할 일을 하며 지내온 그들이 아닌가. 진숙은 그래서 기억이 돌아오면 지금의 이 상황이 얼마나 난감할지
깨닫게 될 것이라고 상식에게 말한다.

자신이 휴게소에 놔뒀던 트레일러를 가지러 간 상식은 진숙을 옆 자리에 태우고 운전을 한다. 지금껏 단 한 번도
그 트레일러에 탄 적이 없다는 진숙의 이야기를 상식은 이상하게 생각하고, 도로에서 홀로 적재물을 고정시키는
차를 보고 도와주는 상식을 낯설게 바라본다. 그가 얼마나 성실하게 일해 왔는가를 진숙은 잠시 탄 것만으로도
뻐근해 오는 허리를 통해 느낀다.


22살로 돌아가 평소에 하지 않던 행동을 하는 상식을 통해 자신들의 관계를 다시금 들여다보는 계기를 갖는 것.
상식이 하는 살가운 사랑꾼 같은 말과 행동들은 그가 기억을 되찾았을 때 그에게 어떤 일깨움을 줄까.  너무 가까워 소중하게 느끼지 못했던 가족과 아내에 대한 생각을 바꿔놓을까.
또 그의 그런 행동을 난감하게 받아들이는 진숙 또한 상식의 고단했던 삶을 이로써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우리가 잘 알고 있다 여긴 가족이 어떤 계기를 통해 낯선 존재로 다가오고 그 과정을 통해 진정한 이해와 소통을
그려나가고 있다. 자매지만 하지만 하나도 닮은 것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그 관계에 담겨진 '출생의 비밀', 은주와 남편 이 유산을 경험한 후 멀어진 관계를 되돌아보게 되는 과정이 그렇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사실은 잘 몰랐던 가족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지만, 좀 더 확장해 보면 우리가 잘 안다는 친구나 동료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아는 건 별로 없으면서 가족이고, 친구이고 연인이며 동료인 관계들. 그들이 실제로는 잘 모르는 타인[개인]이었다는 걸 드라마는 보여줌으로써  진정한 이해와 소통을 흥미롭게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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