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

신의

야국화 2010. 7. 5. 09:23

 초의 장왕이 어느 날 밤에 신하들과 함께 잔치를 벌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바람이 불어와 촛불이 꺼져 버렸다.
그러자 평소에 장왕의 궁녀 한 사람을 사모하고 있던 신하가
불이 꺼져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을 이용하여
살짝 여자에게 다가가 입을 맞추었다.

궁녀는 깜짝 놀라 신하를 놓치지 않으려고 꼭 붙들었다.
그리고는 상대와 실랑이를 벌였는데 그러는 동안
신하의 갓끈이 후두둑 끊어져 버렸다.

궁녀가 외쳤다.
"대왕..방금 누가 제게 무례한 짓을 저질렀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자의 갓끈을 뜯었사오니,불이 켜진 다음
엄벌에 처하시기 바랍니다."

신하들은 왕으로부터 어떤 호령이 떨어질까 하여
조마조마하게 마음을 졸이고 있었다.
그러나 장왕은 잠시 생각한 다음 말하였다.

"오늘밤은 신하들과 더불어 즐겁게 노는 것뿐이다.
모든 대신들은 지금 당장에 갓끈을 때도록 하라..
만일 불이 켜진 다음에도 갓끈이 붙어 있는 자는 엄벌에 처할 것이다."

그래서 궁녀에게 입을 맞춘 신하는 처벌을 면할 수 있었다.

그로부터 2 년이 흘렀다.
초 나라는 진과 국운을 건 일전을 벌이게 되었다.

그러나 초나라 군이 대패하여 장왕은 진나라  군대에게
거의 사로잡힐 지경에 이르렀다.

그때 한 장수가 많은 군대를 이끌고 바람같이 달려와
장왕을 구출하였다.

그는 장왕을 구출하고 나서 진 나라 군대와 죽을 힘을 다해
싸웠으므로 부하들도 힘을 얻게 되어
최후에는 초나라가 진나라를 이길 수 있었다.

전쟁에 이긴 다음 장왕은 이번 전쟁에서 큰공을 세운
장수를 불러 공로를 높이 칭찬하였다.

"그대가 아니었으면 나는 필뎡 이번 싸움에서
줄고 말았을 것이오.
이 공로는 두고두고 잊지 않겠소."

그러자 그 장수는 머리를 조아리며 아뢰었다.

"저야말로 대왕의 은혜를 잊지 못할 것입니다.
지금부터 2년 전,,,,

잔치를 벌이던 밤에 무례한 짓을 한 신하가 바로
저이옵니다. 그때 저는 대왕께서 보이신 너그러운
인품에 감동하여 그동안 산에 들어가 군대를 기르다가
전하가 위기에 빠진 것을 알고 달려와 구출한 것이옵니다.".
.
.
이글(본문)을 쓰면서 왈칵 감동이 밀려와 눈시울을 적시고 말았다.

요즘처럼 조그만 이익 앞에서
어제의 동지도 오늘의 적으로 만드는 세상에서
이런글은 아무리 읽도 또 읽어도 감동 그 자체인 것이다.

조그만 이익은 물론이거니와
큰 이익 앞에서도 한치의 흔들림 없이
언제나 당당하게 자존심과 신의를 먼저 생각하고 지키려고 노력했던
내 지난날들이 파노라마(panorama) 처럼 스쳐 지나갔다.

삶을 살면서 자존심과 신의를 먼저 생각하고 지켰으나
때론 그러한 모습들이 타인에게는 좋게 보일리 만무하였는지,,,

"배가 고파보지 않아서 그렇다"
"물질의 맛을 전혀 모른다"
라는 비아냥거림도 많이 받으면서 살았다.

'그렇다..
어릴때부터 뼈저리게 배고픔이 뭔지도 모르면서
적당히 풍족하게 살아서 그런지....
물질이 얼마나 좋은지 아직까지도 모르겠다'

자존심이나 신의를 저 버리면서 까지
물질을 취하고 쉽지도 않을 뿐더러,,,

언제나 당당하게
자존심과 신의를 지키면서 살려고 노력했던 것 처럼
그렇게 살아 가는게 가장 스카렛다운 모습일런지 모르겠다.

어느 목사님의 말씀처럼
"그냥 성격대로 사세요.."
어쩌면 그 말씀이 정확한 정답일 수 도...^^
.
.
자신의 수치스러움(?)을 지켜준 왕에게
피비린내 나는 적군속에서 목숨을 걸고
왕을 구해준 저 신하처럼

아무리 물질 만능주의의 각박하고 혼탁한 세상이라지만
조그만 이익 앞에서도 흔들림없이
신의를 지키고 우정을 지켜주는 그런이들이 많은
세상이었으면 하는 간절함은,,,

비단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것이라고
오늘처럼 비 오는날 씁쓸함으로 이글을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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