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좋은 것을 비싸게 파는 커피전문점, 폴바셋

야국화 2016. 6. 14. 07:16

좋은 것을 비싸게 파는 커피전문점, 폴바셋2016-06-14

2009년 1월, 매일유업이 커피전문점 사업에 뛰어들었을 때 성공을 점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커피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였고 비싼 커피로 승부하겠다는 폴바셋의 전략은 싸고 양이 많은 커피전문점이 인기를 끌고 있는 요즘상황엔 맞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2011년부터 매년 빠른 성장세를 보였고 지난해에는 매출이 무려 70%나 급증했다. 매출 증가율이 매년 10~20% 수준으로 둔화되는 다른 커피전문점과 비교해보면 폴바셋의 성장세는 매우 이례적이다.

폴바셋이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비싸고 좋은 커피를 판매하는 것이다. 매일유업 김정완 회장은 폴바셋을 열면서 “저렴한 제품을 만들어 적당한 값에 팔아서는 성공할 수 없다. 비싸도 좋은 품질의 커피를 내놓으면 소비자가 이를 선택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 회장의 추측은 옳았다. 폴바셋은 아메리카노 대신 ‘룽고’라고 하는 커피를 판매하면서 아메리카노보다 두 배 많은 원두를 긴 시간동안 추출하여 더 깊은 맛과 향을 냈고,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났다. 매장도 굉장히 고급스럽게 꾸며 폴바셋에 가는 것만으로도 다른 매장에서는 느낄 수 없는 차별화된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게 했다. 또한 폴바셋은 아르바이트생이 아닌 전문 바리스타만을 고용해 커피의 확실한 맛과 질을 보장했다. 폴바셋에 있는 직원은 모두 정규직으로 정기적인 커피교육을 받으며 소비자에게 커피에 대한 지식과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을 정도의 인재로 키워낸다.

폴바셋의 경영방식은 커피업계의 최고봉인 스타벅스와 매우 유사하다. 1971년 미국 시애틀에 처음 문을 연 스타벅스는 일반 로브스타 원두가 아닌 고급 아라비카 원두로 커피를 내려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값은 다른 커피점보다 비쌌지만 매장의 고급스러운 분위기와 깊고 풍부한 향의 커피에 소비자들은 아낌없이 지갑을 열었다. 커피의 제대로 된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모든 매장은 대리점이 아닌 직영점으로 운영하고 있다. 폴바셋도 마찬가지로 전국의 70개 매장을 모두 직영점으로 두고 있다. 커피와 서비스의 품질을 유지하고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폴바셋은 우유업체인 매일유업을 모기업으로 하고 있는 만큼 유제품을 활용한 디저트도 주력 메뉴로 마케팅 하고 있다. 김 회장이 폴바셋을 만들어 커피산업에 뛰어든 것도 우유업계의 지속적인 침체에 대한 돌파구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매일유업에서 운영하는 상하목장 우유로 만든 밀크 아이스크림은 폴바셋의 인기메뉴다. 라떼 메뉴에선 저지방 2종(1%, 2%), 무지방 우유, 소화가 잘되는 우유 등을 선택할 수 있어 매일유업의 제품군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매일유업은 폴바셋 매장을 지난해 37개에서 올해 총 70개로 두 배 가까이 늘렸다. 전체 매장수가 18개였던 2012년과 비교하면 3년 만에 4배 급증한 수치다. 2020년까지는 매장 200개, 연 매출 1700억 원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매출액은 매년 2배 이상 증가하며 론칭 4년만인 2013년엔 174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274억 원으로 57.4% 증가했고, 올해 목표는 510억 원으로 잡고 있다.

나만의 길, 높은 것은 높은대로 가고 낮은 것은 낮은대로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