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식기 전에 어서 먹으렴

야국화 2016. 4. 15. 07:22
식기 전에 어서 먹으렴



제가 아는 지인의 어머님을 말년에 형님 내외가 모셨는데,
치매에 걸린 어머니가 자꾸 길을 잃어버리고 이상한 행동을 해서
형님과 형수가 무척 힘들어했습니다.

둘째 아들인 지인은 그 당시 사업이 잘되지 않아
결국 이혼하고 혼자 노숙인처럼 떠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지인은 어머니가 보고 싶어서 형수에게 찾아뵙겠다고 말했습니다.
둘째 아들이 온다는 말에 어머니는 들떠서 어쩔 줄 몰랐습니다.

저녁 시간이 되어도 둘째 아들이 오지 않자 어머니 식사를 먼저 차려 드렸습니다.
그런데 어머니가 음식들을 몰래 주머니에 넣는 것이었습니다.
가족들이 어머님의 행동을 보고 놀라서 말렸지만,
맨손으로 뜨거운 찌개 속의 건더기들까지 집어 주머니에 넣었습니다.
그러고는 누가 빼앗기라도 할까 봐 급하게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그고 나오지 않았습니다.

밤이 되어서야 둘째 아들이 왔고,
"어머니, 저 왔습니다."
둘째 아들의 인사를 듣고서야 어머니는 방문을 열었습니다.
어머니는 주머니에서 온통 한데 뒤섞인 음식들을
둘째 아들에게 꺼내놓으며 말했습니다.

"아가, 배고프지? 식기 전에 어서 먹으렴."

어머니의 손은 뜨거운 찌개를 주머니에 넣느라 여기저기 물집이 잡혀 있었습니다.
아들은 명치끝이 찌르듯 아파서 아무 말도 못 한 채 어머니를 안았습니다.
어머니는 다른 것은 다 몰라도 둘째 아들이
어려운 상황에 부닥쳐 있다는 것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나 봅니다.

어머니는 자식 입에 밥이 들어가는 것이 가장 행복한 사람입니다.
어머니는 자식에게 밥을 먹이기 위해서는
내 한 몸 부스러지는 것쯤 아무것도 아닌 사람입니다.

아무 희망 없이 살아가던 지인은 어머니의 그 물집 잡힌 손을 떠올리며
이를 악물고 다시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다시 튼실한 중소기업을 일궈내고 당당히 일어섰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한참 지났지만 지금도 힘든 날이면
어머니의 애타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고 했습니다.

"아가, 배고프지? 식기 전에 어서 먹으렴."

- 송정림 '참 좋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중에서 -

젊어서도, 나이 들어서도 우리는 너무 바쁩니다.
왜 이리 바쁘게 살고 있는지...
하지만 우리네 부모님은 아무리 바빠도 자식 걱정으로 밤잠을 설치고 계십니다.
우리네 부모님 마음은 다 그렇습니다.


# 오늘의 명언
찾아갈 어머니가 있는 한, 결코 완전한 어른이 되지 못한다.
- 사라 주이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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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을 기댈데가 있다는 여유공간이 현대인에겐 조금은 필요할 듯.

아무말 없이 등을 빌려주는 .

아무말 없이 귀를 열어주는

아무말 없이 가슴을 열어주는

아무말 없이 곁에 있어주는

그런 사람이

동료든, 지인이든, 형제든,

경쟁자가 아닌

고스란히 맘을 열어주는 이가

필요하다.

우리에겐.

내가 여유로운 등을, 귀를, 가슴을, 시간을. . .

누군가에게 할애해 주는 그런 4월이라면

좀 더 상큼항, 심쿵한 봄을 가슴에 품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