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제2의 잡스가 나오는 미국 시스템

야국화 2015. 7. 2. 07:37

 제2의 잡스가 나오는 미국 시스템2015-07-02

세계 최연소 자수성가형 억만장자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바이오 벤처기업 테라노스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엘리자베스 홈스(32). 그는 여러 면에서 ‘여성 스티브 잡스’로 불린다. 대학을 중퇴하고 사업에 나선 것도 그렇고 시장에 혁신적인 제품을 소개해 부(富)를 쌓은 것도 그렇다. 일 중독자라는 평가에 심지어 검은색 터틀넥을 즐겨 입는 것까지 닮았다. 다른 데 신경 쓰지 않고 일에만 전념하겠다며 검은색 터틀넥을 주로 입는다.

홈스는 미국 리드대(잡스)가 아니라 스탠퍼드대를 중퇴했고 잡스보다 두 살 더 어렸을 때인 열아홉 살에 사업을 시작했다는 것 정도가 다른 점이다. 물론 분야도 다르다. 잡스는 아이폰을 출시하며 세계 휴대폰 시장을 뒤엎는 변화를 만들어냈지만, 홈스는 몇 방울의 혈액으로 200여가지 병을 한꺼번에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선보이며 의료기술산업에 파란을 일으켰다.

홈스가 2003년 설립한 테라노스는 혈액을 통해 인체에 어떤 병이 있는지 확인해주는 진단기(키트)를 만드는 회사다. 테라노스는 지난해 알약 하나 정도에 불과한 키트 하나로 기업가치가 90억달러(약 10조원)에 달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홈스는 회사 지분의 50%를 갖고 있다. 서른두 살에 5조원에 육박하는 재산을 쌓게 된 것이다. 미국 포브스는 지난해 세계 400대 부호 가운데 홈스를 110위에 올리며 새로운 스타 CEO가 탄생했다고 소개했다. 홈스의 재산을 두고 업계에서는 45억달러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기업공개(IPO)를 해서 주식을 상장하면 그가 갖고 있는 주식의 가치가 지금보다 더 높아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홈스는 1984년 2월3일 워싱턴DC에서 태어났다. 아버지가 유엔에서 아프리카와 중국 등의 지원업무를 담당했고 중국에서도 일했기 때문에 그 역시 중국에서 살면서 중국어를 배울 수 있었다. 휴스턴에서 세인트존스고를 나와 미국 최고 명문대로 꼽히는 스탠퍼드대 화학공학과에 들어갔다. 그는 1학년 때부터 대통령 장학생으로 뽑히며 학문에 재능을 보였으며 싱가포르 유전자연구소에서 인턴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도 잡았다. 인턴 채용에는 중국어 능력이 큰 도움을 줬다.

홈스는 인턴으로 일하며 당시 중국과 홍콩 등에서 크게 유행하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진단법을 연구했다. 혈액이나 가래로 감염 여부를 판단하는 방법이었다. 연구 자체는 어렵지 않았지만 홈스는 환자들이 너무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혈액 검사를 하기 위해 다량의 피를 뽑아야 했기 때문이다. 홈스는 여기서 창업 아이템을 떠올렸다. ‘극소량의 혈액으로도 병을 알아낼 수 있는 진단기를 만들자.’ 어려서부터 주사를 무서워했던 홈스의 경험도 초간단 키트를 개발하는 동기로 작용했다.

테라노스의 키트는 혈관에 주사를 넣어서 피를 빼는 것이 아니라 피부에 주사기보다 훨씬 작은 바늘을 한 번 꽂으면 된다. 바늘이 매우 작아 아픔을 느끼지도 못할 정도다. 가격도 싸다. 일반적인 혈액 검사비의 10% 수준이면 된다. 홈스는 테라노스의 키트가 대중화되면 미국 건강보험이 앞으로 10년간 2000억달러를 아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사 시간은 몇 시간에 불과하다.

창업 아이템을 발견하면서 홈스는 학교를 그만두기로 결정했다. 대학 2년 때로 당시 열아홉 살이었다. 창업자금은 부모님이 홈스의 학비를 위해 준비해뒀던 돈을 사용했다. 처음에 회사 이름은 리얼타임큐어스(Real Time Cures)로 지었다. 키트를 이용해 바로 진단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큐어스가 병을 낫게 한다는 의미를 갖기 때문에 진단 키트의 특징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테라노스로 사명을 바꿨다. 공룡 이름을 연상케 하는 테라노스는 치료(therapy)와 진단(diagnosis)을 결합한 말이다.

홈스의 사업 아이템은 큰 관심을 모았다. 드레이퍼 피셔 저벳슨 등 미국 굴지의 벤처캐피털로부터 10여년간 4억달러의 투자금을 끌어모았다. 홈스는 10년간 18개 미국 특허와 66개의 외국 특허를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가 얻은 특허 중에는 착용형 혈액모니터,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탐지 등 향후 사업 확장을 위한 특허가 다수 포함돼 테라노스의 전망은 어느 회사보다 밝은 편이다. 홈스는 현재 500명 수준인 직원 수를 조만간 700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홈스가 소량의 혈액으로 어떻게 병을 알 수 있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유사 상품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에서 최대한 기밀을 유지하는 이른바 ‘스텔스 모드’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테라노스는 2007년 3명의 직원을 업무상 비밀을 유용했다는 이유로 고발하기도 했다.

10여년간의 노력은 지난해 미국 모든 주에서 테라노스의 키트를 사용할 수 있다는 허가를 얻으면서 빛을 보게 됐다. 8100여개 체인점을 갖고 있는 미국 최대 약국 체인 월그린은 자사 체인점에 테라노스의 혈액검사 키트로 검사할 수 있는 센터를 내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미 큰 성공을 거뒀지만 홈스는 만족이란 단어를 꺼내지도 않는다. 아직 할 일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홈스의 꿈은 누구나 저렴하고 간단한 방법으로 병을 찾아낼 수 있도록 해서 인간의 생명을 최대한 늘려주겠다는 것이다. 그는 여전히 하루 16시간씩 일하고 있다. 집에는 TV도 없다. 오로지 일만 하는 것이다. 일과 결혼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사무실 책상 위에는 ‘워커홀릭’이었던 잡스의 사진까지 올려뒀다.

홈스는 최근 미국 경제잡지 포천과의 인터뷰에서 “기술 개발을 통한 인간의 생명 연장을 사명이라고 생각한다”며 “1000번을 실패하더라도 1001번째는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어떠한 시련이 있더라도 해내고 말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박종서 기자

= 시 사 점 =

기술이 이렇게 혁신적이면 미국으로 가는게 낫다. 아마 우리나라에서 이런 기술이 나왔으면 알아보는 사람도 없을 것이고, 투자할 사람도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언제쯤 기술을 제대로 평가해주는 시스템이 작동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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