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진짜 전문가란?

야국화 2015. 6. 30. 07:43

진짜 전문가란?2015-06-30

바야흐로 변호사 2만명 시대다. 변호사가 한 해 2000명씩 새로 쏟아져 나오면서 1인당 사건 수임 건수도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한때는 자격증만 있어도 일생이 보장됐던 변호사들이 이제는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런 현상은 의료계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의료 쇼핑'이란 말이 나온 지도 이미 한참이다. 무형의 서비스와 가치를 파는 전문직도 결국 고객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는 요즘이다.

관건은 고객 눈높이에 맞는 고객 가치 창출! 결론은 역시 마케팅, 즉 고객을 행복하게 해주는 거다. 그렇다면 전문가의 마케팅은 어떠해야 할까?

첫째, 고객의 문제를 '발견'해야 한다.

지금껏 전문가는 문제를 '해결'해주는 사람이었다. 예컨대 배 아프다고 오는 환자를 치료해주어 아픈 배를 낫게 해주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배 아플 때 무슨 약을 먹어야 하는지는 인터넷만 찾아봐도 다 알 수 있다. 웬만한 지식과 정보는 세상에 차고 넘친다. 그러니 문제를 해결해주는 사람에 머물러서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 핵심은 문제 '발견'이다. 단지 배 아픈 환자의 통증을 가라앉히는 게 능사가 아니다. 왜 배가 아픈지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그에 대한 근원적인 치료와 예방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게 전문가다.

세일즈맨을 예로 들어보자. 예전엔 진공청소기를 사려는 고객에게 다양한 모델을 비교해주며 적합한 모델을 추천해주고 판매하는 것이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 정도 정보는 인터넷 검색 몇 번만으로도 '화면 한가득' 찬다. 전문가의 역할이 달라져야 하는 이유다. 왜 고객이 진공청소기를 사려고 하는지를 파악하고 진공청소기 구매가 합당한 해결책인지 판단해야 한다.

만약 창틀이 어긋나 있어 먼지가 많이 들어오는 거라면 창틀을 고쳐야 하고 바닥 카펫이 낡은 게 문제라면 카펫을 바꾸어야 한다. 그럼 진공청소기는 언제 파느냐고? 전문가는 내 서비스나 내 제품을 파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전문가는 해당 분야에 대한 통찰력을 팔아야 한다.

둘째, 전문가의 언어는 쉬워야 한다.

커먼크래프트라는 컨설팅 회사가 있다. 복잡하고 어려운 개념을 기업 고객들에게 쉽게 설명해주는 동영상을 만들어주는 회사다. 영상을 구성하는 요소는 단순하다. 화이트보드, 마커, 종이, 그리고 손과 목소리. 그 흔한 배경음악도 없이 이 회사는 '사물인터넷' '증강현실' 등 최첨단 IT 개념을 짧은 동영상에 담아낸다. 어려운 걸 어렵게 이야기하는 건 오히려 쉽다. 관건은 어려운 걸 쉽게 전하는 거다. 이게 바로 전문가의 역할이다.

최근 의료계에선 이런 시도가 활발하다. 의사는 질병과 치료에 대한 전문적인 내용을 가지고 환자와 소통해야 한다. 쉽지 않은 부분이다. 헬스웨이브란 회사는 여기에 주목했다. 각 질병에 대한 원천 자료를 모두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의사의 처방전에 넣었다. 정보의 시각화! 전문가들이 눈여겨보아야 할, 고객 눈높이에서 소통한 사례다.

셋째, 전문가 마케팅의 또 다른 무기는 '질문'이다.

질문은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드러나지 않은 이슈를 찾아내는 비기(秘技)다. 디지털 게임기 때문에 속수무책 매출이 하락하던 레고는 '아이들은 어떤 장난감을 좋아할까?'라는 질문에 집착했다. 하지만 해결책은 전혀 다른 질문에서 나왔다. '아이들에게 놀이란 무엇일까?' 레고의 부활을 일구어 낸 천금 같은 질문이었다. 이 질문을 통해 레고는 아이들에게 놀이란 '도전'이고 '성장'이고 '자부심'이란 통찰을 얻었다. 이후 레고의 전략은 바뀌었다. '디지털 게임기 따라 하기'가 아닌 난도가 더 높은 단계별 제품 출시.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전문가라는 타이틀만으로 고객의 발길을 잡던 시대는 이제 끝났다. 직업이 무엇이든 무언가를 팔아야 하는 세일즈 전성시대, 마케팅은 더 이상 기업 전유물이 아니다. 전문가도 마케터가 돼야 하는 이유다.

[안병민 열린비즈랩 대표]

= 시 사 점 =

고객이 가진 문제의 발견, 쉬운 언어, 질문
비단 전문가만의 마케팅은 아니다. 사장도 이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