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상식

인슐린 펌프

야국화 2009. 6. 10. 15:29

인슐린 펌프

이후 소개되는 인슐린 펌프는 단지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제품의 성능과는 아무 상관이 없음을 밝혀 둡니다

초창기 인슐린 펌프의 모습


인슐린 펌프의 등장 배경
인슐린 펌프의 적응증
인슐린 펌프 착용시의 실제적인 문제들
인슐린 펌프 착용시의 장단점
생활속의 인슐린 펌프
인슐린 펌프 사용시 주의할 사항
맺는 말


인슐린 펌프의 등장 배경

1993년 9월 미국에서는 당뇨병치료에 따른 합병증 연구(DCCT)이라는 획기적인 연구가 있었습니다. 그 연구 결과 증상만 없으면 만족하는 느슨한 치료에 비해, 하루에 3차례 이상 인슐린을 주사하거나, 인슐린 펌프를 사용하는 등 적극적으로 혈당을 조절하는 환자에서 합병증 발생이 현저히 줄어든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혈당 조절을 잘 하기 위한 도구로서 인슐린 펌프가 주목을 받아 왔던 것은 사실이지만 당뇨병 환자는 이 인슐린 펌프에 대해 더 잘 알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림 1 정상인의 인슐린 분비 양상

정상인이 인슐린을 분비하는 그림 1과 다음과 같습니다. 정상인은 평상시에도 췌장에서 일정량의 기초적인 인슐린을 항상 분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침 점심 저녁을 먹은 직후, 식후에 올라가는 혈당을 떨어뜨리기 위해 많은 양의 인슐린을 분비하게 됩니다.


그림 2

하지만 하루에 한번 중간형 인슐린을 맞는 당뇨병 환자의 하루의 혈중 인슐린치는 그림 2와 같은 곡선을 그리게 됩니다. 그림 1과 2를 비교하여 보면 당뇨병환자는 정상인에 비해 하루중 혈중 인슐린치가 너무 과다하거나 너무 부족한 때가 생기게 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정상인과 같이 항상 기초 인슐린 양이 분비되면서 식사와 간식등 필요에 따라 인슐린을 투여하기 위해 만든 것이 인슐린 펌프입니다.


인슐린 펌프의 적응증

우선 말씀스리고 싶은 것은 DCCT연구의 결과와 같이 혈당조절을 잘하면 잘 할 수록 합병증의 발생이 억제되는 것이 이미 밝혀져 있고 또 현재로서 가장 혈당조절을 잘 할 수 있는 방법이 인슐린 펌프이기 때문에 앞으로 아래에 언급한 적응증이외에 점점 그 사용범위가 넓어질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인슐린 펌프를 착용한 수 혈당조절이 아주 좋아지면 당뇨병이 호전되는 경우가 많이 있고, 어떤 경우는 일시적으로 당뇨병이 약물투여를 하지 않아도 좋을 정도로 좋아지는 경우도 있지만 인슐린펌프가 당뇨병을 다 고쳐버리는 요술방망이처럼 오해되지 않도록 부탁을 드리고 싶습니다. 인슐린 펌프의 일차적인 착용목적은 혈당조절을 잘 해보자는데 있습니다.

인슐린 펌프는 첫째로 소아형 당뇨병의 경우 아무래도 고식적인 인슐린-하루에 2번 이하의 인슐린 치료를 하는 경우- 치료보다는 보다 낳은 혈당조절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여건만 허락된다면 적응증이 됩니다. 또한 신장이식 수술 후는 혈당조절을 엄격하게 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인슐린 펌프를 필요로 합니다.

성인형 당뇨병의 경우는 조금 더 신중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일단 전형적인 비만한 성인형 당뇨병에서는 식이요법과 경구혈당 강하제(먹는 당뇨병 약) 치료가 원칙입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런 전형적인 성인형 당뇨병 환자가 비교적 적고 오히려 인슐린 의존형 당뇨병을 닮은 비비만형 성인형 당뇨병이 많습니다. 이런 환자 분들중 일상적인 인슐린 치료로서 혈당조절이 안되시는 분은 인슐린 펌프치료를 고려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임신시에는 약간의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물론 임신시 인슐린 펌프를 착용하여 혈당 조절을 잘 하면 도움이 되겠지만, 일부 당뇨병 교과서에서는 임신시 인슐린 펌프 착용이 특별할 이득이 되지 않는다고 소개하고 있어서 아직까지는 정답은 없는 것 같습니다.


인슐린 펌프를 착용한 실제 모습

인슐린 펌프 착용시의 실제적인 문제들

인슐린 펌프를 착용하려면 먼저 경제적인 문제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현재 국내에서도 인슐린 펌프가 생산되고 있고 또 수입품도 사용되고 있는데 대체로 150만원에서 300만원 수준으로 아시면 되겠습니다. 하지만 인슐린 펌프가격만 계산하고 접근하기 전에 지속적으로 지출되는 소모품 가격을 생각을 해보아야 합니다. 실제로 인슐린 주사약은 사람 속효성 인슐린이 보험으로 환자부담액이 8000원 수준이기 때문에 그리 문제는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주사바늘이나 주사기 등의 소모품 가격이 제품에 따라 생각보다 많은 부담이 될 수 있으니 잘 계산해보셔야 합니다.

둘째로는 환자의 신체적 조건과 지적능력을 고려해 보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인슐린 펌프는 완전한 자동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물론 기계가 환자의 혈당을 자동으로 측정하고 그에 따라 적합한 양의 인슐린을 주입하여 준다면 가장 이상적인 경우이겠지만 아직 그렇게 될려면 요원할 실정이니 만큼 환자는 혈당을 자주 재보고 그에 따라 적합한 양을 스스로 정하여 주입하여야 합니다. 그러므로 최소한 눈금을 읽을 수 있는 시력을 갖추고 있어야 하며 양손에 장애가 없어야 합니다. 그리고 가족이 항상 옆에서 지켜보고 있을 수는 없으므로 본인이 혈당을 재고 그 혈당에 따라 인슐린 양을 조절할 수 있는 -물론, 교육을 받은 후- 지적 능력은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세째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수시로 그 문제에 대해 상담할 수 있는 의료시설이 있어야 됩니다. 물론 인슐린 펌프만 달아주고 무책임하게 환자를 방출하여 버리는 의료기관은 없겠지만, 일단 환자는 어려움을 당할 때 즉시 주치의와 접촉할 수 있는 병원을 선택하도록 책에서는 권하고 있습니다.

인슐린 펌프 착용시의 장단점

인슐린 펌프 착용시의 장점 중 가장 으뜸은 역시 혈당조절을 잘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미 당뇨병치료에 따른 합병증 연구(DCCT)에서 밝혀진 바와 같이 하루에 2번 이하의 인슐린 주사를 맞는 보통의 인슐린 치료를 받는 환자에서 평균 혈당이 231mg/dl이었던 것에 비해 인슐린 펌프 등과 같은 적극적인 인슐린 치료를 하는 환자의 평균 혈당은 155 mg/dl로서 혈당조절에 있어서는 큰 차이를 나타내었습니다.

또한 혈당조절이 좋아지면서 합병증 발생율이 떨어지는 것은 자명하다 할 수 있겠습니다. 인슐린 펌프 등과 같은 집중적인 인슐린 치료를 하는 경우 보통의 인슐린 치료를 하는 경우에 비해 눈의 망막 합병증은 76%, 신경 합병증은 60%, 신장 합병증은 56%나 줄어든다는 것이 이미 DCCT연구에서 밝혀져 있습니다.

둘째로 인슐린 펌프는 환자에게 좀 더 자유로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합니다. 대개 고식적인 인슐린 치료를 하는 경우는 환자가 아주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아침에 한 번 맞고 나면 혈중의 인슐린 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식사나 운동에 있어서 변동이 있게 되면, 곧바로 혈당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하지만 인슐린 펌프는 작용시간이 짧은 속효성 인슐린을 사용하고 또 투입양을 수시로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생활에 변동이 생기면 곧바로 대처할 수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만일 고식적인 인슐린치료를 하는 경우 아침에 이미 인슐린을 맞았음에도 환자가 입맛이 없어서 식사를 결국 먹지 못하는 경우 곤란한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저혈당이 올 것이 자명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인슐린 펌프를 사용하는 경우는 그냥 식전 인슐린만 투여하지 않으면 됩니다. 그러다가 혹시 오전에 간식을 하게 되면 양을 참조하여 인슐린을 투여하면 되구요.

여행이 잦은 사람, 특히 해외여행이 잦은 경우는 고식적인 인슐린 치료시 혈당조절에 많은 어려움을 격게 됩니다. 하지만 인슐린 치료를 하는 경우는 식사시간과 활동시간이 변하게 되더라도 그에 따라 인슐린을 투여하면 되므로 이러한 문제를 잘 극복할 수 있습니다.

세째는 인슐린 주입양을 프로그래밍 하여 시간에 따라 예정된 양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특정시간에 혈당이 많이 올라가는 경우 그 시간대의 인슐린 투여량을 올려줌으로서 혈당을 잘 조절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인슐린 펌프를 사용하는 얻는 잇점은 많은 환자에게 성취감을 준다는 것입니다. 즉 환자가 자신의 치료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서 얻는 성취감은 무시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외에도 인슐린 펌프를 사용시에는 비교적 정확한 양의 인슐린을 투여할 수 있다던가, 속효성 인슐린을 사용하고 있기때문에 효과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던가 하는 많은 장점들이 있습니다.


복부 피하에 바늘을 삽입하려는 모습

인슐린 펌프의 단점은 우선 사용자가 처음 착용시 느끼는 이물감입니다. 복부의 피부 밑에 삽입된 바늘-회사에 따라 금속제나 또는 유동성이 있는 튜브관을 쓰고 있기는 하지만-이 다소 신경이 쓰일 수도 있고, 운동할 때나 샤워할 때 인슐린 펌프는 다소 환자에게 불편을 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경제적으로 고식적인 방법에 비해 더 많은 부담을 주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으며, 외국의 경우는 환자의 교육이 잘 되어 인슐린 펌프를 착용하는 경우 오히려 저혈당의 발생빈도가 줄어든 다는 보고도 많이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아직 환자의 교육여건이 좋지 않아 저혈당을 자주 경험하는 환자들도 제법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비위생적인 관리로 인한 피부 감염증

또한 피부감염증이 고식적인 인슐린 치료를 하는 환자에 비해 더 잘 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바늘을 3일 이내에 한 번씩 교환해 주고 바늘과 펌프사이를 연결해주는 도관를 재 사용하지 않으며, 손을 잘 씻고, 바늘을 삽입시 소독을 잘 해주고, 깨끗하게 바늘위로 드레싱을 해 줌으로서 막을 수 있습니다.

간혹 도관이 막히거나 펌프의 기계적인 고장으로 환자가 모르는 사이 혈당이 올라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요즈음에 나오는 인슐린 펌프들은 이런 고장이 발생시 경보음을 울려주는 장치가 있어 사실상 큰 어려움을 당하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생활속의 인슐린 펌프

인슐린 펌프 치료를 시작하게 되면 먼저 인슐린의 양을 결정하는 문제가 중요합니다. 인슐린 투여는 식사 인슐린과 기초 인슐린으로 나뉘게 되는데 기초 인슐린은 식사와 상관없이 항상 지속적으로 투입되고 있는 인슐린을 말하며 식사인슐린은 식사나 또는 간식시에 투여하는 인슐린을 말합니다. 보통 예상되는 인슐린 요구량의 약 반을 기초 인슐린으로 투입되게 되며 이후 전날의 공복상태의 혈당치가 70-80mg/dl보다 높은지 낮은지를 보고 양을 조절해 가게 되며 식사 인슐린은 남은 반의 인슐린 양을 3등분하여 식사 30분 전에 투여하고-대개의 인슐린 펌프는 식전 인슐린을 투여하기 위한 단추를 가지고 있음-식사 후 2시간 혈당치가 120mg/dl보다 높은지 낮은지의 여부를 보고 다음 날의 식전 인슐린 양을 결정하게 됩니다.

취침시는 인슐린 펌프를 착용하고 자도 무방합니다. 일부 회사에서는 인슐린 펌프를 담을 수 있는 포켓을 가진 잠옷을 제공하기도 하며 또 비교적 긴 라인을 제공하여 침대나 침대옆 테이블에 펌프를 놓고 잘 수 있게 하기도 합니다. 부부생활도 수면시와 같이 착용하고 하거나 또는 침대나 테이블에 놓아두고 하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인슐린 펌프와 바늘과 분리시켜주는 분리기

축구나 씨름과 같은 땀을 많이 흘리고 거친 운동을 할 때나 또는 수영이나 샤워를 할 때는 펌프를 일단 제거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비록 요즘 나오는 많은 기계들이 방수처리가 되어 있기는 하나 인슐린 펌프와 같은 예민한 기계를 물속에 잠기게 한다는 것은 위험한 일입니다. 하지만 매번 샤워나 운동시에 인슐린 펌프와 함께 바늘을 제거한 다는 것은 매우 번거로운 일이므로 일부 회사에서는 샤워할 때나 수영할 때 쓸 수 있는 인슐린 펌프 가방을 만들어 제공하거나 최근 미니메드사에서는 획기적인 인슐린 펌프와 바늘과의 연결장치를 만들어서 운동하거나 수영을 할 때 간단하게 이 연결장치만 풀고 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습니다.

인슐린 펌프 사용시 주의할 사항

1. 3일에 한번씩 새로운 주사기와 바늘로 바꾸어 줍니다.
2. 사용하는 인슐린은 속효성, 고순도, 100단위/ml 인슐린을 사용하여야 합니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인슐린은 휴뮬린-알, 노볼린-알, 벨로슈린이 있습니다.
3. 혈당검사는 집에서 4회이상 7회까지 하여야 합니다. 아침식사 전과, 아침, 점심, 저녁식사 2시간 후에 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3. 식사버튼을 누른 후에는 식사를 꼭 해야 합니다. 식사를 안할 때에는 식사 대용물(사탕, 빵)을 꼭 드셔야 합니다.
4. 식전 혈당치가 50mg/dl 이하일 때에는 식사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식사를 드셔야 합니다.
5. 바늘이 피부에 꽂혀 있는 상태에서 공기를 뺀다든가 나사를 동리는 등 함부로 기계를 만지지 말아야 합니다.
6. 주무실 때는 실수로 식사량이 들어가지 않도록 기계에 따라 식사량 숫자판을 빼놓거나 식사인슐린이 들어가지 않도록 조처를 해놓아야 합니다.
7. 의식이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곧바로 혈당을 재보고 저혈당이면 단 것을 드시도록 하며, 병원을 방문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맺는 말

인슐린 펌프 치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인슐린 펌프 치료를 함으로서 생기는 득실을 잘 따져보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경구혈당 강하제(먹는 당뇨병 약)만으로 혈당이 조절이 잘되거나 또는 고식적인 인슐린 치료만으로 혈당조절이 잘 되는 사람에게 인슐린 펌프를 강요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당뇨병의 합병증이 진행하고 있고 또 고식적인 인슐린 치료만으로 혈당조절이 잘 안되는 분들은 한 번 인슐린 펌프치료를 생각해 보는 것도 타당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당뇨병 환자들은 위의 적응이 되는 경우를 참조해 보시고 또 담당의사와 잘 그러한 점을 상의하여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으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미래의 어느 날 스스로 혈당을 측정하고 거기에 맞게 인슐린을 자동으로 투여해줄 수 있는 인슐린펌프를 기대해 봅니다. 당뇨병환자들은 바로 그러한 기계를 꿈꾸고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