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

인연

야국화 2008. 9. 29. 15:45

 

 

그대와의 인연
"옷깃만 스쳐도 인연은 인연입니다.
윤회나 환생을 믿지 않더라도 소중하지 않은 인연은 없지요.

 처음엔 사소하여 잘 알아보지 못할 뿐, 이 사소함이야말로 존재의 자궁 같은 것.
블랙홀이나 미로일 수도 있지만 바로 이곳에서 꽃이 피고 새가 웁니다.

그렇다면 최소한 65억 분의 1의 확률로 만난 그대와의 인연,
그 얼마나 섬뜩할 정도로 소중한지요.

- 이원규의《지리산 편지》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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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중요하지요

내옆에 무심히 지나는 인연도 쉽지않을진데 같은공간에서 숨쉬는 인연은 더욱 각별하겠죠.

토요일 너무나 궁금했던 요양시설에 실습을 다녀왔어요 ㅠ ㅠ

아침 아홉시 부터라고 미리 앞치마 ,일회용장갑,메모지등을 챙기고 8시30분에 도착하여 인사드리고

커피한잔 마시고 8시50분에 입소노인들이 기거하시는 2층에 올라갔다.

약간 술렁임이 한노인의 임종이 다가온듯 보호자가 원하는 병원으로 모셔갈것 같다.

보기에는 깊은 잠에 빠진듯 전혀 반응이 없다 고르고 얕은 호흡만이 아직 이승에 머물고 있슴을 보여준다.

간단히 인사하고 오늘은 3분을 목욕시켜야 한다고 서두르라고 한다. 청소부터 먼저하고 ,,,

청소기로 먼지흡입하고 물걸레질하고 ,침상정리하고, 누워게신 할머닐 휠체어에 옮겨 욕실로 모시고가

의자에 앉혀서 목욕을 심플하게 해드렸다.

기저기 채우고 옷갈아 입히고...다시 침상으로...3분을 하고 나니 어느새 한 침상이ㅡ비어있다.

아마도 병원으로 가셨나 보다.침상을 비우고 세탁기 돌리고.빨래 널고 . 이동변기 씻고 .화장실 물이 넘쳐 물 잠가드리고......어느새 점심시간 ....

촛점잃어버린 눈동자. 관심없는 무표정,경직된 팔다리. 크게 웃지도 울지도 않는다.

기분 좋으면 슬며시 번지는 미소도 잠시.뭔가 맘에 안드는지 때리려고 하는 할머니.

치매, 편측마비,욕창,자가배뇨조절이 안되는분,....

기저귀를 갈려고 고개를 숙인순간 독가스실에 들어 온듯 독하고 역한 냄새가

고개가 절로 돌아간다. 화장실에 비데가 있으면 좀 도움이 되려나..

협찬받은 TV에선 하루종일 요리프로다. 

불평만 하는 분, 계속 소파에 앉아 코까지 골면서 자다가 깨우면 안 잦다는 분,

누워만 계시는분, 걸레를 들고 구석구석 닦으면서 다니는분.

그사이에 너무나 반듯한 모습으로 이것 저것 지시하시는 요양1등급 환자.

쉬가 마려울때마다 부채로 침대를 치는 할머니. 난 못해하면서도 살구놀이에 같이 하자고하니

한껏 실력을 발휘하시는분, 목욕할때는 전혀 못 움직일듯 온통 몸을 기대던 할머니가 식사시간에는

열심히 스스로 움직여서 드시는분, 목욕후 입은옷이 맘에 안든다고 슬픈눈으로 고개를 저으시는분,

옷이 곱다고 하자 날 버릴려고하지 하면서 두려움을 표현하시는분 .....

오후가 되니까 불안하신듯 서성거림이 커진다. 문 입구로 자꾸만 가시고 ,두리번 거리신다.

요양보호사의 "산책할 분~~" 소리에 바로 뛰어와 줄을 서신다.

 잠이 자꾸 온다면서 안가시겠다고 하시는 분은 남기고 3분을 모시고 산책길에 나섰다. 햇살이 따뜻했다.

100미터도 채 못와 한분은 다리가 아프다며

주저 앉으신다. 두분만 손을 잡고 길을 나섰다. 앞에 가시던 할머니가 너무 빨리 가버렸다. 우리시야에서

사라지자 내 손을 잡았던 할머니가 더 이상 안가겠다고 하신다. 그리고 꼭 붙어선다. 불안해 보인다.

큰소리로 사라진 할머니를 불렀다, 돌아온 할머니를 보고서야 옆의 할머니가 걸어가자고 발을 떼신다.

목욕을 해서 깨끗해진 외양과는 다르게 왼지 더욱 쓸쓸함이 묻어난다.

산책에서 돌아와 오후에 할머니생신이라고 자식들이와 모시고 외출 나가면서 사가지고 온 찰떡을

할머니께 나눠들이고 잘드시는지 지켜보았다. 잘~드신다.

오늘 화창한 토요일 하루가 이렇게 흘렀다.

집에 도착해서 씻고 나니 기운이 다 빠져나간 기분이다.

노인에게 가장 필요한건 가정의 보살핌이다.사랑이다. 10명의 수용인원에 요양보호사4명 이건 아닌것 같다.

물론사회가 도움이 되어야겠지만 가족의 관심과 사랑만이 노인들의 노후를 평안하게 할수 있다는 생각이

더욱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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