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개념규정의 매출액 증대 효과

야국화 2015. 4. 28. 07:35

개념규정의 매출액 증대 효과2015-04-22

서울대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는 저서 '나를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 프레임'에서 이런 얘기를 했다. '건물 어느 곳에 창을 내더라도 그 창만큼의 세상을 보게 되듯이, 우리도 프레임이라는 마음의 창을 통해서 보게 되는 세상만을 보게 될 뿐이다. 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프레임을 통해서 채색되고 왜곡된 세상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그 어떤 프레임에 대한 정의보다 마음에 와닿는 해석이었다.

이런 프레임론을 광고에 활용한 사례들은 많다. BBC의 이라크전 참전 미군 병사에 대한 평가를 묻는 옥외광고 'Liberator? vs. Occupier?'는 이와 같은 프레임을 광고에 적용한 대표적 사례다. 영국 BBC월드는 미국에 진출하면서 맨해튼 브로드웨이에 매우 이색적인 디지털 옥외광고를 설치했다. 그리고 이라크전, 조류독감 등 사회적 이슈에 대해 일반시민들의 의견을 휴대폰으로 투표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옥외 광고판에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했다. 같은 사건을 두고 사회공동체가 어떤 프레임으로 해석하고 있는지를 직관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국내도 예외는 아니다. '보건복지부-사람이 있는 곳이 금연구역' 캠페인은 식당, 호프집, PC방 등으로 확대 시행되는 금연구역에 대한 고지를 '사람이 있는 곳이 대한민국 금연구역'이라는 프레임으로 쉽지만 강렬하게 인지되게 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대표적인 상품인 온라인PC게임 광고에서도 프레이밍은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넥슨 FIFA온라인3'에서는 그동안 축구선수로 플레이했던 게임에서, 축구선수를 관리하는 게임으로 프레임을 전환시켜 축구계의 전설적인 선수들을 갖고 싶어하는 유저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었다.

개념 규정의 마력은 말장난 같은 네이밍 변화만 가지고도 위력을 발휘한다. 스웨덴의 한 비누는 처음에는 '팩처럼 쓸 수 있는 비누'로 론칭했다가 외면당했다. "비누치고 너무 비싸다", " 비누를 어떻게 팩으로 써?" 부정적 반응 일색이었다. 그런데 개념을 '비누처럼 쓸 수 있는 팩'으로 바꿨더니 전세가 뒤바뀌어 대박이 났다. "팩치고는 저렴하다" "매일 아침 간편하게 세안할 수 있어 좋다" 로 반응이 바뀌었다.

한때 "피로는 간 때문이야~"라는 후크송으로 주목 받았던 대웅제약의 효자상품 우루사는 올해 새로운 프레임으로 광고를 시작했다. 피로에 대한 다양한 대안 상품들이 등장하면서 우루사만의 독보적인 프레임이 필요했기에 해독이라는 새로운 프레임을 선택했다. 몸속 독성물질을 풀어 주는 간을 위한 우루사라는 메시지는 피로회복이라는 식상한 프레임을 '해독'이라는 독보적인 의미로 치환하며 주목받고 있다. 

라이트 맥주에서도 고전적인 예가 있다. 레인골드 브루어리(Rheingold Brewery)사는 칼로리가 적은 최초 '라이트맥주'를 출시했다. '개블링거(Gablinger) 다이어트 비어'란 이름의 이 맥주는 다이어트 맥주로 출시되었으나 참담한 실패를 겪었다. 맥주 애호가들은 맥주를 즐거움을 주는 제품 또는 기호품으로 생각했고, 맥주를 마실 때 얼마나 많은 칼로리가 들어있는지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이런 실패를 딛고 5년 뒤 밀러는 '덜 배부른 저칼로리 맥주, 그래서 더 마실 수 있다'란 재프레이밍(Re-framing)으로 성공했다.

이렇듯 프레이밍은 광고 콘셉트, 네이밍, 제품 개념, 규정 등 다방면에 걸쳐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하지만 프레이밍으로 접근할 때 유념할 점이 있다. 첫째, 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것이다. 맥주사례에서 보듯, 맥주를 배불리 맛있게 먹고 싶은 사람에겐 '다이어트 맥주'란 프레이밍보다는 '덜 배부른 저칼로리 맥주'가 영합하는 프레이밍인 것이다. 둘째, '아는 만큼 보인다'도 명심할 점이다.

우리의 마음은 그리 잘 정돈되고 논리정연한 대상은 아니다. 착각과 오류, 오만과 편견, 실수와 오해 등 무수한 '비합리'의 세계를 '프레임'이라는 마음의 창으로 만들어내며 살고 있다. 그 틈바구니에서 수많은 광고들이 프레이밍이라는 낚시질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대홍기획 커뮤니케이션전략연구소 오성수 소장]

= 시 사 점 =

개념 잡는데 역량의 60%를 투입해야 한다. 개념없이는 제대로 성과를 내기 어렵다.